#2326
천천히 달려야 잘 달릴 수 있다는 말에 공감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좀 달리게 된 느낌에 나도 모르게 뜀박질을 하다가 무릎에 통증을 느꼈으니까. 그제야 통통거리면 뛴다거나 숨이 차지 않게 대화가 가능한 속도로 뛴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제대로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선수가 아닌 이상 굳이 속도에 연연할 필요가 없는데 그걸 제대로 인지를 하지 못했던 결과다. 속도를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꾸준히 잘 달리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끔 천천히 달려야 잘 달릴 수 있다. 명확한 목표 없이 움직인 대가를 크게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다쳐서 후회하고 있던 시점에 마라닉 페이스를 읽게 되었고 책에서 다루는 목표 도달을 위한 것 3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인생 전반에 필요한 목표 설정 방법이 아닐까.
-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
- 단계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세부적인 목표
- 목표를 이뤄내야 하는 간절한 이유
이 내용은 여타 자기 계발서에 다루는 내용과 동일하다. 결국 어떤 지점에 이르기 위한 명확한 목표와 계획, 그리고 실천의 삼박자가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변화는 끝이 없는 여정이다.
그 누구도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다.
결과는 결국, 실행으로부터 만들어진다.
누구나 초보가 달리기를 시작하고 정신없이 달리다 사고를 경험하게 되는 건 국룰인가 보다. 나 역시 3주 정도 걷다가 조금씩 뛰기 시작해서 운동화도 준비하고 러닝 전 스트레칭도 나름 시간을 두고 했지만, 정작 달리면서 페이스 조절을 못하고 신나게 달리다 통증을 느끼고 달리기를 쉬고 있다. 병원에서는 당연히 신체능력에 비해 무리한 운동을 한 결과로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라며 뛰지 말라고 했다. 덕분에 지금 2주 정도 뛰지도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걷는 동안은 통증이 거의(?) 없다는 것. 과한 욕심은 꼭 사고를 동반한다.
불행도 행복도 결국 생각의 차이에서 만들어진다. 즉 스스로 컨트롤이 가능한 영역의 문제인 만큼, 문제를 문제로 보지 말고 터닝포인트로 생각하고 대해야 한다.
내가 새벽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아침 시간을 활용해야 한다는 약간의 강박관념이라고 할까. 일단 집에 들어가면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 좀 심하게 싫어한다. 기본적으로 방콕을 제일 좋아하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끊임없이 해왔다. 가끔씩 운동도 했지만,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고 잠시간 운동을 하다 어떤 계기로 하루를 건너뛰면 이틀을 그리고 일주일 항상 이런 식이다. 지금 하고 있는 새벽도산책도 그리 되지 않기를 바라며 겨우겨우 스스로 르 달래며 한 달 넘는 시간을 유지해 오고 있다.
실제로 새벽 달리기를 시작 후 기분이 고양되는 느낌을 받게 된 적이 있었는데 서서히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난 하루를 충실하게 시작하고 있다는 느낌이 꽤 강하게 들었었다. 이런 기분에 취해 매일 짧은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고 사고가 난 시점 이전을 돌이켜 보면 확실히 존 2~존 3을 오가며 재미가 붙기 시작했던 것 같다. 지금에서야 느끼는 거지만 오버페이스로 달린 것을 알 수 있다. 이게 좋은 줄 알았지. 달리기니까 빨라지면 좋은 거 아닌가? 아니었지.. 굳이 이렇게 달릴 필요가 없었는데 말이다.
아침운동은 확실히 정신 건강에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 같지만, 아니 어쩌면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아침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며 내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을 때의 약간의 고양감이 전체적으로 하루를 보내는 원동력이 되어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특히 뛰지 못하고 있으니 좀 더 무언가를 갈망하는 느낌이 살짝 있기도 하다.
진짜 중요한 것은 ’생각이 아니라 질문‘
무릎 부상으로 시큰거리는 무릎을 이끌고 병원에 다니며 상황을 보고 있는 현재의 나로선 달리기가 무척 그립다. 작년 장마철에 다친 발목의 시큰거림은 나아질 기색도 없이 덤으로 나를 괴롭힌다. 그럼에도 달리고 싶다고 느끼는 건 달리기 전, 새벽공기를 맞이하며 3km 정도의 거리를 뛰거나 곪으면서 땀을 흘리고 집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난 뒤의 개운함이 무척 신선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머릿속이 온갖 생각으로 복잡한 나에게 있어 오롯이 달리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명으로 고생하고 있는 중인데 달리는 시간만큼은 이명도 들리지 않기에 무척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성한 곳이 없군..)
어쨌건 달리기에 매료되었는데 다치고 나니 후회가 되고 두려움도 있지만, 내 몸의 자가치유력을 믿어 보고자 한다. 어서 회복해서 다시 뜀박질을 하고 싶다. 이번에는 스스로를 과신하지 않고 겸손하게 달려야겠다 마음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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