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cord

핸드폰 없는 청정했던 하루

by 믹스 2021. 12. 24.
반응형

#2183

뜨헉. 내 폰!

어제의 일이다.

07:20 집을 나섰다.

07:30 지하철에 도착했는데 뭔가 허전하다. 아, 핸드폰. 잘 울리지도 않는 폰. 무슨 일이 있겠어. 출근이나 하자. 평소 같으면 웹툰이나 뉴스를 보겠지만 앉자마자 책을 보게 된 상황.

08:10 사무실 도착. 도착시간을 확인하려 폰을 찾는다. 아, 폰 두고 왔지. 혹시 메시지가 올지 모르니 카톡이라도 켜 놔야겠다. 응? 로그인하려면 폰에서 승인을 해야 하는군. 아, 2중 인증을 걸어뒀었지. 카톡도 불가. 폰이 없으니 메시지도 불가. 헐. 독서.

08:50 사람들이 하나 둘 출근

09:10 주식이 어떨래나~. 아 폰 두고 왔지.

11:45 점심 먹어야겠네. 주식이 어떨... 아 폰 두고 왔지.

12:10 밥도 먹었고 쉬어야지. 음악이나 들어볼까... 아 폰 두고 왔지. 음.. 독서.

12:45 오침을 해야 오후 업무에 지장이 적다. 알람. 아 내 폰... 다행히 노트북 알람 기능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13:10 사무실 동료가 신세계백화점 지하에 파는 에그타르트(?)를 사 왔다. 어 사진이라도 찍어둘... 아 내 폰.

14:00 아 병원 예약해야 하는데... 아 폰.

15:00 오늘 주식이... 아... 폰.

16:00 내년 업무를 위한 계약서가 온 것을 메일함을 열어보고 알았다. 폰이 있었으면 바로 확인 가능했을 텐데. 계약서를 열어보니 아 확인하려면 폰으로 승인번호를 전송받아야 하네. 뭐, 집에서 보면 되지.

16:20 어 팀장이 회의 들어갔다. 보통 이럴 때 무의식적으로 웹툰이나 볼까 하는 생각으로 폰으로 손이 가곤 했는데. 폰이 없으니.. 일이나 하자.

18:00 퇴근!

18:30 전철안. 누군가와 통화나 대화를 하거나, 자거나, 폰을 보거나. 전철 안은 크게 3가지 형태로 구분되는 것 같다. 압도적으로 폰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많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다들 무언가를 본다. 나도 폰이 있었다면 할일없이 왔다 갔다 하면서 폰을 들여다보며 무언가를 했을 텐데. 난 뭘 위해 그렇게 폰을 사용하고 있었던 걸까. 그게 무엇일까. 폰이 없으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아 스마트폰이 없을 땐 이랬었지.. 출근시간은 그나마 앉아서 가기에 독서가 가능하지만 퇴근길에는 좀 힘들다. 다리에 힘주고 계속 서서 이동한다.

19:10 집 도착. 내 폰. 내 폰. 내 폰은 어디에. 예전 같이 일했던 지인에게서 연락이 와 있었다.

19: 30 지인에게 폰 두고 나갔다 지금봤다며 당장. 운영 업무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떠냐는 연락이었다. 정확한 건 들어봐야 알겠지만 나야 부업 생기니 땡큐. 내일 다시 얘기하기로. 계약서를 확인하고 사인을 하고 보냈다. 디지털 세상이 참 편하긴 하다. 보통 퇴근 무렵 가끔씩 업데이트하는 MOODA에 오늘의 느낌을 업데이트. 오늘 주식 시장이 어땠나 들여다본다.

  • 화장실을 갈 때도 항상 폰을 들고 가는데 아무것도 손에 없으니 어색하더라.
  • 소소한 폰테크용으로 만지작 거리는 앱들을 하나도 못했다.

.
.
.

뭐 대충 이런 하루였다. 언젠가는 해봐야지 싶었던 핸드폰을 들여다보지 않는 하루를 체험해 보리라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우연히 체험하게 되었는데 나쁘지 않았던 경험이다. 생각 없이 폰을 들여다보던 시간이 꽤 많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할까. 그리고 나름 비는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약간이지만 고민도 할 수 있었고.

폰에 너무 익숙해서일지는 모르겠으나 약간 평상시와 다른 불협화음을 느낄 수는 있었다. 그렇게 자주 폰을 보는 건 아니라 생각했었는데 돌이켜 보니 자주 보고 있었던 상황이 꽤 있었던 것 같다. 폰이 없다고 죽는 건 아닌데 약간의 불안함과 약간의 자유로움을 동시에 느꼈다고 할까. 나쁘지 않은 경험. 굳이 스마트폰을 소지하지 않아도 사는데 큰 지장은 없다는 걸 알지만 쉽지 않은 행동.

가끔씩 이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반응형

댓글0